이수현

“중등영어교사이자 두 발달장애인의 엄마입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_ 정은혜 표지 그림, 글씨 참여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나는 어릴 적부터 늘 모범생이었고 최고를 꿈꿨다. 늘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대학에 가서도 캠퍼스를 누비는 시간보다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도 대학원도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고 1등으로 졸업했다. 임용고시도 한 번에 합격했다. 중등영어교사가 되었고, 똑똑하고 성실한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되었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려던 무렵 둘째가 생겼다. 둘째를 낳고 난 직후부터 나의 인생은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고꾸라져 폭발해 버리듯, 그렇게 나락으로 거침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폐스펙트럼. 의심치 않았던 둘째, 둘째 아이마저 발달장애인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온 가족이 죽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했다. 지인들과의 모든 연락을 끊고, 아이들의 치료에 목을 맸다. 어떻게든 고쳐보리라 발버둥을 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결심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려면,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을 SNS에 올려야겠다. 장애인식개선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 후 나의 글은 하루 1000명 이상의 방문자와 수백만의 댓글이 달리며 장애인, 장애인 가족, 일반인들에게 큰 공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멋진 1등만이 되고 싶었던 사람, 점수 1점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소외된 아이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아이들에게 나는 그 누구보다 관심을 쏟는 교사가 되었다.

이 오디오북은 2023년 한국출판진흥원 오디오북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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