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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소리를 숨긴(‘선택적 함구증’) 소년의 이야기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아이의 슬픈 절규!
사촌 형도, 사촌 누나도, 나를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즐겁게 웃었기에 나는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할 때만 웃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떻든 간에, 나는 벙어리였다. (p.10)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로,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몫』에 이어 출간과 동시 이란에서 큰 호평을 얻으며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10여 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침묵하는 아이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저자: 파리누쉬 사니이 (Parinoush Saniee) 1949년 이란에서 태어난 파리누쉬 사니이는 소설가이자 심리학자, 사회학자로 이란의 기술 및 직업 교육부 최고 조정위원회 연구 부서장을 지냈다. 여러 그룹을 이끌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연구를 수없이 진행해왔으며 다수의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한 경험도 풍부하다. 그녀의 여러 작품 가운데 첫 번째 책인 『나의 몫』은 이란 정부에 의해 두 번이나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으나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전 세계 29개국에서 출판되었으며 2010년 이탈리아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미국의 권위 있는 해외문학 소개 월간지 [World Literature Today]가 발표하는 ‘2013년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 75종’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나의 몫』은 이란 여성들의 억눌린 삶을 대변하는 이야기로, 이란 혁명 전후에 겪었던 무수한 고통과 힘겨운 투쟁을 들려주는 감동적이고 강렬한 여성소설이다. 여주인공의 반세기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왜 많은 이란 여성들이 인권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를 위해 싸운 선구자들로 불려야 하는지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어 그녀의 두 번째 소설 『목소리를 삼킨 아이』가 출간되자마자 이란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이미 10여 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으며 그 밖에 여러 작품이 현재 검열을 받고 있다.
역자: 양미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영어통번역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영과에서 번역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홈 파이어』, 『목소리를 삼킨 아이』, 『역전이와 경계선 환자의 치료』(공역), 『나는 왜 SF를 쓰는가』(근간)가 있다.
낭독자: 김두리 KBS 37기 성우로, ‘닥터후’, ‘드리프트 걸즈’, ‘옥상에서 만나요’ 등에 출연했다. KBS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낭독 작업을 했으며, 특히 ‘소설극장’을 통해 다수의 소설을 낭독했다.
출판사 서평: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 샤허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말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샤허브의 침묵은 한편으로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외로운 아이의 절박한 방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받고자 하는 미숙한 아이의 고집스러운 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에는 부모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는, 보통보다 심한 형태의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개개인의 복잡한 정서들을 따듯한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재능에 찬사를 보냅니다. (……) 『목소리를 삼킨 아이』를 읽고 난 후 다른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의 이 갈등 속을 통과했고 현재에도 그 갈등을 경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한재현 (소아정신과 전문의)
애들이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물건을 부수거나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그러나 벙어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벙어리라는 말을 들어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가 목구멍에 걸려 있는 것 같은, 누군가가 내 심장을 할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색깔들도 전부 희미해졌고 태양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나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양 무릎에 얼굴을 묻고 몸을 한껏 옹송그렸다. 다시는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몸을 작게 만들려고 했다. 더는 놀고 싶지도 않았고, 웃는 법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때로는 하루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 (p.9)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는 아이의 슬픈 외침인 “아라쉬 형네 아빠”
샤허브는 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다. 의사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샤허브는 벙어리라고 놀림을 당한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아직 어리기만 한 샤허브는 자신의 형 아라쉬와 같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 부류만이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는 반면, 서툴고 문제아 취급받는 자신 같은 아이는 ‘엄마의 아들’이라고 믿어버린다. 심지어 샤허브는 아버지에 대한 호칭을 자신의 형 이름을 붙여 ‘아라쉬 형네 아빠’라고 명명하며 오로지 내면의 자아와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샤허브는 가족이나 친척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외할머니만이 샤허브가 필사적으로 갈구하는 이해심과 친절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유대 관계는 샤허브가 점차 어떤 행복감을 맛보고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기까지 깊은 우정으로 이어진다.
엄마가 아빠 얘기를 꺼낼 때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아시가 말했다. “엄마는 정말 바보야! 우리 아빠도 아닌데. 아라쉬 형네 아빠잖아. 엄마는 말도 할 수 있고,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면서, 왜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착하고 정상적이고 똑똑하고 귀여운 애들은 아빠 자식이고, 멍청하고 못생기고 병든 애들은 엄마 자식이라는 걸 모르나? 아라쉬 형네 아빠가 형을 부를 때면 항상 ‘아들, 이리 오렴’이라고 말하고, 어딜 가든 다른 사람들한테 형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는 사실을 엄마는 모르고 있어. 형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에 다정함과 미소가 가득한데도 말이야. 그러면서 우리는 쳐다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싶어 하지도 않아. 그리고 항상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지. ‘여보, 당신 애 좀 데리고 와봐.’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아들이 아니라, 엄마 아들이라는 거잖아. 엄마는 왜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어차피 우리도 그런 아빠는 필요 없어. 우리한테는 엄마만으로도 충분해.” (p. 117)
소설은 샤허브와 샤허브의 엄마 마리얌의 시선을 따라 화자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마리얌의 입장에서 서술될 때 샤허브가 처해 있는 곤경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엄마 마리얌과 아빠 나세르는 학창 시절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행복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십여 년이 지나자 나세르는 매일 일로 지쳐 슬픔과 피로에 찌들어 있고, 마리얌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에만 얽매이는 현실에 우울해하며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원망한다.
요즘 들어 도통 샤허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까다롭고 예측 불가능한 아이로 변하더니 이상한 행동을 했다. 샤허브를 혼내야 하는 건지, 샤허브가 정말 발달이 늦는 건 지, 우리 부부가 가정교육을 잘못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가족을 위해 내 삶 전부를 바치며 살아왔다. 밤낮도 없이 몸종처럼 일했다. 그런데 샤허브에게 뭐가 부족했던 걸까? (생략) 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남자 형제들보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린 거지?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내 삶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어쩌다가 내 꿈과 희망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 걸까? 대체 무엇 때문에?(p. 59)
소년 샤허브의 자아이자 상상 속의 친구 ‘바비’와 ‘아시’
침묵을 택한 샤허브의 이야기는 잔인할 정도로 억압적인 이란 정권하에 살아가는 삶을 비판적으로 담은 소설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단히 현실적인 성장 소설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샤허브가 ‘말하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유일한 대상은 내면의 자아이자 상상 속의 친구인 ‘바비’와 ‘아시’다. 샤허브가 친할머니의 머리 위로 벽돌을 던지고, 아라쉬 형이 완성한 작품에 잉크를 부어 망가뜨리고, 가지치기용 가위로 아빠의 차를 긁고, 사촌 형의 침대에 접착제를 부어버리는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다소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할 때 ‘바비’는 샤허브의 마음속에 자리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대변하면서 그런 행동을 말리고, ‘아시’는 샤허브의 내면에서 들끓는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면서 계속 부추긴다. 마치 샤허브에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큰일 날지도 몰라, 위험해, 무서워,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과 ‘넌 충분히 그렇게 해도 돼. 참을 만큼 참았잖아. 하고 나면 후련해질 거야. 어서 해.’라고 말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기라도 하듯, 바비와 아시는 샤허브가 어떤 결정을 내리려 할 때마다 다급하게 말을 쏟아낸다.
난생처음으로 사고를 친 순간이었다. 복수의 맛은 달콤했다.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소동이 다 끝난 뒤에는 최근 아라쉬 형에게 물려받은 삐거덕거리는 커다란 침대에 평온하게 몸을 뉘었다. 내가 이 침대를 얼마나 싫어했는지도, 샤디에게 물려준 내 아늑한 아기용 침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더 이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아라쉬 형에게 사준 서랍 달린 새 침대를 내가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도 더는 무의미했다. 심지어는 샤디가 매일 밤 떼를 쓰면서 엄마 침대로 기어가 잠을 잘 때도 질투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가 내게 잠옷으로 갈아입고 양치질을 하라고 일러주기 위해 방으로 왔을 때 나는 자는 척을 했다. 놀랍게도 엄마는 그냥 불을 끄고 나가버렸다. 어둠마저도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마치 단 하루 동안의 경험을 통해 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늘 방구석에 숨어 지내던 아시와 바비를 발견한 순간도 그날 밤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날 겪었던 속상한 일들을 아시와 바비에게 말해주었다. 아시와 바비는 나를 위로해주었고, 잘 대처했다며 칭찬도 해주었다. 아시가 말했다. “잘했어. 형이 그렇게 당할 만한 짓을 한 거잖아.” 바비는 내게 뽀뽀를 해주었고, 우리 셋은 같이 이불을 덮고 웃었다. (p. 26)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는 어른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볼 줄 모르는 어른 역시 아직 미숙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불화의 원인은, 부모의 행복한 모습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지 못하는 데서 온다. 단지 아이를 걱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이해하며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배워가야 한다. 소설의 결말은 치유하기 힘든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샤허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아버지는 여전히 ‘아라쉬 형네 아빠’로 남는다. 소설 속 유일하게 샤허브를 이해하는 외할머니의 편견 없는 시선과 생각은 동심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 일깨워준다.
“사랑을 그렇게 이상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어디 있니! 너는 샤허브 걱정만 하지,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못 하잖니. 네가 보여주는 건 걱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네가 샤디에게 하는 것처럼 샤허브를 안아주거나 뽀뽀해주는 모습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샤디는 아직 아기라서 외면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샤허브는 제가 다가가기만 하면 도망가버려요.” “샤디를 외면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샤허브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란다. 샤허브가 왜 도망가는지는 너 스스로 자문해봐야 하는 문제고.” “엄마, 있잖아요. 저 그동안 의사 선생님들도 수없이 많이 찾아가고 샤허브의 상태에 대해 배우려고 책도 정말 많이 읽었어요. 그런데 뭘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우리 때는 너희들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어도 자식들이랑 서로 더 편한 관계를 맺으며 지냈단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도 지금보다 적었고, 자라는 과정도 더 자연스러웠지. 사랑에 관한 배움은 네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거지, 책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니야. 고등교육을 받아야만 그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p. 284-285)
파리누쉬 사니이의 소설은 모국인 이란의 사회적 문제를 깊이 파헤치는 가운데, 섬세하고 풍부한 글쓰기와 함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소년의 내면을 폭로하고 있으며 동시에 여성의 지난한 삶을 묘사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의 긴밀한 대화와 홀로 투쟁하는 주인공의 내면의 목소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의 상징이 된다. - [라 레푸블리카] 이탈리아
새로운 문학적 감각을 선사하는 작품. 아이의 무언의 목소리는 무정함과 무관심에 대한 비명이 된다. - [파노라마], 이탈리아
심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 또한 아이에게 가해진 심각한 손상을 부모가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지를 폭로한다. - [The Cultural Supplement]
© 2021 Storyside/북레시피 (오디오북 ): 9789152166727
번역자 : 양미래
출시일
오디오북 : 2021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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